목동의 부동산
부동산써브 아파트 가격 추이에 따르면 목동으로 대표되는 양천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5.7%로 서울 평균 상승률 6.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최고 블루칩으로 통하는 강남구 아파트 상승률(12.1%)보다도 높은, 전국 최고 상승률이다.
이 지역 Y공인중개 대표는 “목동 사람들은 판교 당첨자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며 “자고 나면 값이 올라 가격 정보 전단지를 하루가 멀다 하고 바꿔 달아야 할 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 아파트가 동네방네 소문난 잔칫집이었다면 목동은 소문 없이 속이 알찬 잔칫집이었다. ‘강남 공화국’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강남 아파트가 ‘국민적질시’를 받으며 상승한 반면 목동은 조용히 실속을 차렸다.
과연 목동 아파트 가격은 얼마나 올랐을까. 목동 내에서도 최고 블루칩 아파트로 꼽히는 3단지 55평형의 가격 변동을 통해 살펴보자.
86년 10월 입주할 당시 목동 3단지 55평형의 분양가는 6000만원 후반대. 그나마 미분양 물량이 있을 정도여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올 수 있었다. IMF 외환위기에서 벗어나 시장이 정상화되던 시점인 2000년 1월의 매매가 역시 5억6500만원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 비싼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이 아파트 매매가는 20억원이 넘는다. 이 지역 K공인 대표는 “최근 3개월 동안은 한 달에 1억원씩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목동 아파트 가격은 전형적인 계단형 상승을 보였다. 특히 2002년부터 상승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평가. 2002년 초까지만 해도 6억원 초반에 거래됐던 55평형 아파트는 2002년 중순께 7억원 중반대로 뛰어올랐다. 2003년 연말에는 10억원대로 올라섰고, 2005년 중순에는 12억원대에 진입했다.
특히 강남이 다소 주춤한 2005년 하반기 이후 목동의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2005년 5월 처음으로 12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진 이후 7월에는 13억원, 9월에는 14억원, 12월에는 17억원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연말 17억원에서 현재 20억원까지, 지난 1년 동안에만 무려 70% 이상 가격이 오른 셈이다. 다른 목동 단지 내 아파트 가격 상승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목동 3단지 아파트 가격은 강남구 대치동 ‘빅3’ 아파트 가운데 한 곳인 선경아파트와 비교해 봐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2000년 1월 선경아파트 57평형 가격은 7억7500만원으로 목동 3단지 55평형 5억6500만원보다 30% 가까이 비쌌다. 그러나 현재는 23억원 대 20억원으로 액수 차이가 벌어졌는지 몰라도 상승률은 목동 3단지가 조금 더 높았다.
■목동 내에서도 차별화■
그렇다고 목동 전체 아파트 가격이 오른 건 아니다.
목동 내에서도 목동 1~14단지 내 아파트와 단지 밖 아파트 간의 차별화 현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목동 3단지와 인접한 금호어울림 49평형 매매가는 새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7억원 선에 머물러 있다. 3단지 45평형이 16억원 이상에서 호가가 나오는 점과 비교하면 단지 밖과 단지 내 아파트 가격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목동의 랜드마크 빌딩으로 자리 잡은 주상복합 하이페리온 64평형 매매가도 단지 내 아파트 가격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16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목동 단지 내 아파트와 단지 밖 아파트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학군인프라가 차이 나기 때문이다.
목동은 철저하게 아파트 단지별로 초등학교가 구분지어 진다. 1~2단지 월촌초, 3~4단지 영도초, 5~6단지 경인초, 7~8단지 서정초, 9~10단지 신서초, 11~12단지 계남초, 13~14단지 갈산초 식이다. 1단지 바로 옆에 있는 한신청구아파트는 목원초, 3단지 옆 성원아파트는 정목초 식으로 일단 단지를 벗어나면 학교가 달라진다. 이 결과 단지 내 초등학교 배정이 가능한 단지 안 아파트가 단지 밖 아파트에 비해 훨씬 비싸게 시세가 형성된다. 오목교 주변 주상복합이 강남 주상복합에 비해 가격과위상 면에서 힘을 못 쓰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들은 단지 내 초등학교가 아닌 주상복합과 인근 단지 외 아파트, 주택가 아이들이 섞이는 목동초등학교로 간다.
단지 내에서는 학원가 형성과 주변 조망 정도에 따라 또 수준이 갈린다.
앞단지 블루칩으로 꼽히는 2, 3단지는 2단지와 5단지 사이에 조밀하게 형성돼 있는 목동 최대 학원타운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중에서도 3단지가더 비싼 것은 목동 단지 내 최대 공원인 파리공원 조망권이 2단지보다 더 좋기 때문이다. 뒷단지에서는 역시 인근에 학원단지가 잘 조성된 14단지와 양천공원을 앞마당처럼 내다볼 수 있는 9단지가 대표단지로 꼽힌다. 반면 앞단지와 뒷단지의 연결고리 7단지는 교통이 편리하다는 측면에서 선호된다.
차별적으로 오르고 있기는 해도, 전반적인 급등세인 목동 집값.
목동 부동산 가격 폭등의 이유를 한 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쾌적한 주거환경, 우수한 학군, 넓은 대지지분과 서울 서남부 배후단지를 독점하고 있는 고급 주거단지로서의 매력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꼽힌다.
목동은 처음부터 도시개발 계획에 근거해 개발된 만큼 쾌적한 주거 환경을 자랑한다.
서울에서 주거지 개발이 가장 잘 된 곳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목동이다. 낮은 용적률과 넓은 녹지 공간이라는 기본적인 인프라에 백화점, 할인점 등 생활 편의 시설이 더해졌고 서남부 지역 최고 명문학교들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레 주거 선호지역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명문학군은 목동 아파트 가격을 올린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힌다. 넓은 대지지분 역시 목동 아파트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목동 3단지 55평형 저층 아파트의 세대별 지분은 무려 45.1평. 결국 ‘땅값’을 고려하면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는 셈이다. 입주한 지 20년 밖에 안 돼 아직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대거 반영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지지분이 많다는 건 그만큼 투자 가치 높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수급 불균형 심각■
그러나 이것만으로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를 설명하기는 역부족이다.
최근 양상은 오히려 수급 불균형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사실 목동만큼 수급 불균형이 심한 아파트 단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단지를 통틀어도 매물 1~2개가 전부다.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요즘도 사겠다는 사람은 많지만 팔겠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목동 아파트 수급이 깨져 있는 건 서울 서남부에서 목동을 대신할 만한 대체 주거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남부 지역과 인천광역시, 부천, 부평, 광명 등지를 생활 기반으로 한 부자들의 주거 공간으로 목동은 독보적이다.
강남이 송파, 서초, 분당, 용인 등으로 세를 분산시킨 것과는 대조적이다. 강남은 확장됐지만 목동은 오히려 핵심 지역으로만 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