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브랜드시대 막내리나
아파트 브랜드시대 막내리나
“브랜드상한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면 브랜드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이젠 입지가 최고예요. 품질이 차별화되지 않고 분양가 상한선이 명확한 데 뭣 하러 무리하게 브랜드 가치 높이겠다고 돈을 써요. 브랜드 시대는 끝났습니다.”
대형건설업체인 D사 모 부장의 말이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건설사들 사이에서 ‘브랜드 시대는 끝났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로 예고된 분양가 상한제 실시에 따라 건설사마다 차별화 전략으로 추진해 온 ‘아파트 브랜드’ 가치가 퇴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브랜드 관리가 필요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브랜드 투자를 늘려 그에 걸맞는 수익 창출도 기대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SK건설, 쌍용건설 등 올해 새로운 브랜드 도입을 준비한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 강도 여부에 따라 이를 연기하거나 축소시키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가 상한제 올 브랜드 전략 최대 변수
아파트 브랜드는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졌다. 2000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래미안’을 필두로 대우건설 ‘푸르지오’와 대림산업 ‘e-편한세상’, GS건설 ‘자이’ 등이 각축을 벌여왔다. 지난해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를 선보이면서 분양에 성공하자 기존 건설사들도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건설사들은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해 적당히 마감재 등을 차별화해 비교적 높은 분양가를 받는 전략을 펴왔다. 브랜드 가치가 높게 평가받을수록 그에 걸맞게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분양가 상한제가 새 브랜드 전략을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쌍용건설 최세영 팀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전면화 될 경우 건설업체들은 공격적인 브랜드 차별화 전략을 펼 수 없다”면서 “1999년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브랜드 투자를 계획했지만 분양가 상한제 강도에 따라 투자 전망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
현대건설 김대근 부장은 “품격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많이 해 왔는데, 분양가 상한제 내용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새로운 전략 방안을 수립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 이상규 과장은 “아직 민간택지에 적용될 분양가 상한제 범위가 25.7평 이하만 적용될지 전면적으로 확대될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전면화 될 경우 원가가 싸고 빨리 짓는 회사는 부각되는 반면, 그동안 브랜드 투자를 많이 해온 기업들은 브랜드 전략을 조정해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브랜드 유지 건설사 늘어날 것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건설사들이 당분간 새로운 브랜드 도입을 자제하고 일단 기존 브랜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신규 브랜드 출시를 검토했던 SK건설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브랜드 전략을 새로 잡을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 등을 고려 신규 브랜드 도입은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밀컨설팅그룹 황용천 사장은 “아파트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공급 물량이 많아야 그에 걸맞게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공급 물량이 줄어 브랜드 관리의 의미가 없어지고, 브랜드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도 줄어든다면 건설사들의 브랜드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황 사장은 “건설사들은 당분간 신규 브랜드 도입을 자제하고 기존 브랜드 유지에 신경을 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입지 중요도 더 커질 것
수요자 입장에서는 아파트 브랜드 중요도가 감소하면서 ‘입지’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판교신도시 분양에서 브랜드에 상관없이 중소형 건설사도 크게 인기를 끌었던 것과 같은 현상이 전면화될 것으로 보이는 것.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건축비가 비슷하게 들면, 사용할 수 있는 자재 등이 한정되면서 장기적으로 품질도 비슷해질 것”이라면서 “브랜드나 다른 가치보다는 입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