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대출 `빨간 불'
부동산 PF대출 `빨간 불'
전년대비 2배 급증…부동산 경기 위축때 부실 우려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이 전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의 1.11대책으로 분양시장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부동산PF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PF는 금융기관이 부동산 개발의 사업성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것으로, 은행들은 주로 아파트 건설 때 사업비를 빌려주고 분양 후 이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시중은행, 너도나도 PF대출 규모 늘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농협 등 5개 은행의 지난해말 PF대출잔액은 20조3594억원으로 전년보다 77%나 급증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우리은행의 작년말 PF대출 잔액은 6조7923억원으로 전년도 2조8788억원보다 136%나 늘었다.
국민은행도 126%가 급증한 5조678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3조2176억원으로 전년보다 70% 증가했으며 농협과 하나은행은 각각 35%, 28%가 늘어난 3조5669억원과 1조7148억원이었다.
이처럼 PF대출이 급증한 것은 부동산 PF시장이 은행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영업에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현재 사업전망이 좋은 아파트 개발에 대해선 5%대 후반의 저금리로 개발업체에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이달 초 265대1의 치열한 청약경쟁률을 보인 용인 흥덕지구 경남아너스빌의 경우도 대출 유치를 위해 은행간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액 위주인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PF대출은 건당 1000억∼2000억원 가량 나간다"면서 "향후 중도금 대출로도 이어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PF펀드를 설립해 땅 매입비용 등 사업초기 자금까지 대출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침체로 잠재적 부실 가능성 우려
통상 은행들은 사업승인이 난 이후부터 개발업체에 대출하기 때문에 개발업체는 초기 자금을 저축은행들로부터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은행이 사업초기부터 대출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농협은 최근 국민연금관리공단과 부동산 PF에 공동 투자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국민연금은 향후 2년간 4000억원을 농협이 주관하는 도시개발사업 등 부동산PF에 투자할 예정이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택지개발지구 위주로 PF대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분양가 상한제 등 1.11대책으로 분양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잠재적 부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 강경훈 연구위원은 "분양시장이 침체되면 저축은행이 우선 타격을 입겠지만, 은행도 영향권 안에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개발업체의 채산성이 떨어지다보니 사업자체가 위축될 것이고, 부동산 PF시장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 대출해주기 때문에 분양이 30~40%만되더라도 원금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그동안 아파트사업에 편중됐던 대출이 노인용 실버텔 등 다른 분야나 해외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