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서초동서 저층 고급주택단지 분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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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인마을, "추진은 하지만 반대 많아 개발여부 미정"
최근 한 경제신문은 동양건설산업이 친환경 주거단지로 개발되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374번지 일대의 헌인마을에서 빠르면 내년에 아파트 등 고급 주택 400여 가구를 분양한다고 보도했다.
영세 가구공장 등이 들어 서 있는 헌인마을이 친환경 고급 주거지로 재개발된다는 소식에 수요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헌인마을은 특히 교통ㆍ환경 등 입지여건이 뛰어나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어떻게 이런 기사가?"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분양 당사자인 동양건설산업 조차도 신문 보도 직후 어찌된 영문인지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동양건설산업 홍보실 오진수 차장은 "왜 갑자기, 또 어떻게 이런 기사가 나갔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도 해당 신문사를 통해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동양건설산업은 이 같은 내용의 분양 계획을 발표한 적도 또 만든 적도 없다고 밝혔다. 오 차장은 "회사는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이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며 "그런데 무슨 분양 계획을 세우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헌인마을에서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지구 지정 신청조차 안 된 상태다.
게다가 헌인마을의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주체(주민ㆍ시행사)들이 서로 간의 의견 차이로 법정 다툼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나?
헌인마을은 1960년대 나병환자들이 모여 판잣집 등을 짓고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이후 1990년대 들어 가구공장 등이 속속 문을 열면서 지금은 가구단지로 더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2003년 4월 헌인마을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던 이곳 3만9800여 평을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친환경 주거지로 개발한다는 조건 하에 1ㆍ2종 주거지역으로 변경(조건부 가결)해줬다.
이후 헌인마을 주민(지주 등)들은 이른바 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통해 도시개발사업을 벌이기 위해 시공사 선정에 들어갔다.
주민들간 의견이 갈린 것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주)아르웬이라는 시행사(부동산개발회사)가 추진위에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혀오면서 부터다. 추진위 내 일부 주민들은 아르웬의 자금 조달 능력 등을 문제 삼으며 아르웬에 자금지급보증서를 요구했다.
이에 아르웬은 대한투자증권(주)으로부터 토지대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한다는 내용의 사업참여의향서를 받아 추진위에 제출했다.
서로 입장차만 더 벌어져
그러나 추진위 내 일부 주민들은 아르웬이 낸 사업참여 의향서는 자금지급보증서가 될 수 없다는 법무법인의 해석을 바탕으로 아르웬의 사업 참여를 반대했다.
그러나 당시 추진위 회장이었던 서모씨와 일부 임원진 등은 아르웬과 아르웬이 받아온 사업참여의향서에 문제가 없다며 2005년 11월 10일자로 아르웬과 대한투자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는 공문을 발송하고, 사업과 관련된 협의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아르웬의 참여를 반대해 온 일부 주민들은 “추진위가 우선협상대상자 건과 관련해 아르웬에 발송한 공문은 추진위 서모 회장이 이사회의 승인 없이 단독으로 허위 조작해 발송한 문서”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있었지만 추진위 내 일부 임원진 등은 문제가 없다며 아르웬과 협의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 서모 회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고, 김모 회장이 선출됐다.
새로 선출된 김모 회장도 일부 임원진과 함께 아르웬과 협의를 계속했고, 이듬해인 지난해 2월 아르웬과 사업약정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아르웬이 보증금을 예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보증금을 예치한 곳은 아르웬이 아니라 (주)아르웬개발로 아르웬과는 분명 다른 회사”라며 “더욱이 이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주민 동의도 없이 약정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시행사 “비대위가 부지 매입 방해”
즉 약정계약 자체가 원천 무효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른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시행사로 선정된 아르웬은 우리은행 등과 (주)우리강남PFV라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상당한 기간과 자금이 소요되는 특정사업을 위해 한시적으로 설립한 회사)를 만들고 사업 진행을 위한 주민 동의 및 부지 매입에 본격 착수했다.
비대위 측은 그러나 추진위의 일부 임원진과 시행사가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자 아르웬 측은 허위 사실 유포 등을 이유로 지난해 6월 비대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비대위가 추진위와 시행사의 사업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주민들에게 허위 사실을 유포, 시행사의 부지 매입 등을 방해해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비대위 측이 추진위의 일부 임원들과 시행사간 뒷거래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시행사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비대위 측은 지난해 7월 추진위 김모 회장을 비롯해 추진위 임원 10여 명을 배임 및 사기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최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비대위 측은 이에 반발, 최근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측의 한 주민은 “2월 중순께 서울고검에 항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개발은 언제쯤 될까?
이처럼 추진위와 우리강남PFV, 그리고 비대위 측 주민들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추진위 측은 비대위 측 주민들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기 위해 주민 전체를 볼모로 사업 추진 자체를 가로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대위 측은 추진위가 시행사와 체결한 약정서는 물론 시행사 선정 자체가 무효라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측의 한한교씨는 “사업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사업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강남PFV 측은 향후 개발 계획 등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지구 지정에 필요한 요건(부지 3분의 2 매입 등) 등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입을 닫고 있다. 우리강남PFV의 박영종 과장은 “부지 매입 여부나 향후 사업 추진 일정, 사업 추진 방향 등에 대해서 일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민들 간 의견 차이로 법정 다툼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의 향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현재로서는 분양시기는 고사하고 사업 진행 여부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