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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바쁜 단독주택 재건축에 웬 복병

조은무지개 2007. 4. 2. 12:01
 

갈길 바쁜 단독주택 재건축에 웬 복병


이름 생소 '협동주택',다세대 불구 한가구만 조합원 인정 문제


회사원 김상달(가명ㆍ48)씨는 올해 초 서울 중랑구 면목4동에 있는 허름한 단독주택 한 채를 투자 목적으로 구입했다.

이곳 일대가 단독주택 재건축구역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주변의 말을 듣고 선뜻 투자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요즘 김씨는 마음이 편치 않다. 얼마 전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에게서 “단독주택 재건축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면목 4동 일대에 ‘협동주택’이 몇 채 있는 바람에 재건축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어쩌면 아예 사업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1970년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서울시 일부 지역에서 지어졌던 ‘협동주택’이 단독주택 재건축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협동주택은 사실상 소유자가 여러 명(보통 2-6가구)이 있는 다세대주택이지만, 법적으론 단독주택으로 취급받고 있다.

때문에 여러 명의 소유자 중 1명에게만 조합원 자격이 주어져 다른 주민의 반발 등으로 재건축사업 추진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재건축 부문을 고시하면서 공동주택과 함께 정비예정구역 단독주택 대상지를 공표했다.서울시 면적의 1.8%에 해당하는 319개 단독주택지역이 정비예정구역으로 발표됨에 따라 사업추진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진 셈이다.

하지만 재건축사업 추진위 승인과 조합 설립을 준비 중인 일부 사업장에서 난데없이 ‘암초’이 등장했다. 바로 협동주택이다. 협동주택은 지금은 짓지 않는 주택이다. 서울시가 주거환경 개선과 도로 등 기반시설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역에서 1984년까지 약 10년 동안 한시적으로 지어진 것이다.

협동주택이 뭐 길래…실제론 다세대주택, 법적으론 단독주택

다세대주택(1985년 건축법 개정)이 제도화되기 전까지 신축된 협동주택은 실질적으로 다세대주택이지만 단독주택으로 분류돼 있다.

근거는 1974년도에 제정, 시행된 ‘서울특별시 주택개량재개발사업 시행조례’ 제4조 제2항의 ‘주택을 건축하는 경우에는 구획 및 건축계획에 적합한 4가구 이상 입체화된 협동주택으로 건축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 경우 협동주택은 ‘단독주택에 준하여 관계법규를 적용한다’는 문구에 있다. 이 조례는 그 뒤 시대의 흐름에 밀려 1988년에 폐지되었으나 그 결과물인 협동주택은 아직까지도 단독주택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협동주택이 서울에서 몇 채 남아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서울시 통계 등 공식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동주택은 법적으로 단독주택이므로 단독주택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며 “정확한 협동주택 가구 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선 단독주택에서 공유 지분을 가진 주택을 일일이 분류해야 하는 데, 그 작업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 서울시내 10곳에서 1400여 동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협동주택은 동대문ㆍ은평ㆍ성동ㆍ중랑ㆍ중구 등 주로 강북권에서 건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동주택 많으면 조합설립 어려워

협동주택이 형태는 다세대이지만 법적으로는 단독주택이다 보니 등기상에는 소유권이 공유자로 설정돼 있다. 각각의 세대가 구분 등기되지 않은 채 공유지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등기상의 토지 및 건물 소유 형태도 다양하다. 거주자들이 토지와 건물을 모두 공유한 경우도 있고, 토지는 한명이 소유하고 건물은 공유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소유 관계를 정확히 알려면 일일이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본 뒤 확인하는 수밖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문제는 재건축사업에서는 여러 명의 소유자가 하나의 공유지분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 1명에게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공유자들은 현금청산을 해야만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협동주택 공유자 전원으로부터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같은 조건을 지닌 공유자 가운데 대표 조합원을 선정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누구는 되고, 누구는 되지 않는 상황이 되면서 주민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주거정비법 제19조에 따르면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과 지상권이 수인(여러 명)의 공유에 속하는 때에는 그 수인을 대표하는 1인을 조합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협동주택에 4가구가 살고 있을 경우 3가구는 토지와 주택을 모두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분양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재건축사업의 첫 번째 관문인 주민 동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단독주택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선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단독주택 재건축구역에 따라 협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주택의 5~15%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면목4동 단독주택재건축정비사업 이덕상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서울시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탄생시킨 협동주택이 지금은 주거환경개선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독주택 재건축 투자 지역을 선택할 땐 해당 구역 내에 협동주택이 얼마나 있는지 등을 파악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개발은 조합원 자격 인정…형평성 문제

재개발사업에서는 협동주택 소유자들에게도 분양권이 주어진다. 서울시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다가구주택(협동조합 포함)이라도 1997년 1월 15일 이전에 등기한 주택에 대해서는 공유지분이라 할지라도 분양대상자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는 2005년 11월 10일 개정, 시행된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부칙’ 제7조(다가구 주택의 분양기준에 관한 경과조치)에 근거한 것이다. 부칙 제7조는 ‘1997년 1월 15일 이전에 가구별로 지분 또는 구분소유등기를 필한 다가구주택은 제24조 제2항 제3호의 규정에 불구하고 다가구로 건축허가를 받은 가구 수에 한하여 가구별 각각 1인을 분양대상자로 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단독주택 재건축컨설팅업체인 오엔랜드21 이승민 사장은 “재개발 사업 주체들의 끈질긴 민원 제기로 재개발사업구역안에 있는 협동주택 소유자들은 조합원 자격과 함께 아파트 분양권도 인정받게 됐다”며 “재개발사업은 되고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은 안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차장 확보 안 돼 다세대주택 전환도 어려워

물론 현재 협동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다세대 혹은 연립주택으로 전환하면 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뒤따라야 하는 것이 있다. 주차장 확보가 그것이다.

기존의 단독주택은 주차장 확보와 무관하지만 이를 다세대로 전환할 경우에는 세대당 1대의 주차면적 확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70~80년대에 지어진 협동주택은 토지 면적이 협소해 5~6평의 주차면적을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협동주택 공유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줄 수 있도록 조합 정관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법적 근거가 미약한 데다 다른 일반 조합원의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문제 해결은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의 근간을 이루는 법률인 주거정비법이나 서울시 조례 개정을 통해 협동주택 공유자에게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 개정 작업이 여러 이해 관계 때문에 쉽지 않은 데다 설령 추진된다 하더라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단기 투자 목적보다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