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4년 차이 내집 장만엔 20년 차이?
입사 4년 차이 내집 장만엔 20년 차이?
[한겨레] 2000년대 들어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가 선배 세대보다 집 장만에 훨씬 고전하고 있다.
[비교1]
-1990년 ㄱ대학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간 최아무개(36)씨는 1996년 졸업하자마자 취직해 2년 만인 1998년 서울 광진구의 극동아파트 30평형을 3억원에 구입했다. 물론 빚을 얻어서였다. 이 아파트값은 현재 6억5천만원 정도다.
-같은 학과, 같은 학번 친구인 이아무개(36)씨는 졸업 뒤 ㅅ대학 대학원을 거치느라 2년 늦은 2000년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 결혼해 맞벌이로 돈을 모은 끝에 05년 서울 홍익대 인근의 20년 넘은 빌라를 1억4천만원에 샀다.
이씨는 대학원에 다닌 것을 요즘처럼 후회한 적이 없다. 바로 취직한 친구들과 비교하면 내집 마련 시기가 대학원 2년보다 훨씬 더 뒤처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제 친구와 비슷한 집을 사기는 글렀다”고 말했다.
[비교2]
-통신회사에 다니는 이아무개(35) 차장은 97년 외환위기 시절에 입사했다. 2000년 결혼해 전셋집에 살다 02년 서울 강남구 수서동 26평형 아파트를 샀다. 1억원을 대출받아 2억6천만원에 산 아파트는 현재 4억원이 넘는다.
-이 차장보다 4년 늦은 01년 입사한 장아무개(32) 대리는 5년 동안 1억원의 현금을 마련했지만 내집 장만에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한 회사 안에서도 입사 2~3년 차이가 집을 구하는 시기에선 훨씬 더 큰 격차를 만든다. 이 차장은 “몇 해 차이 안 나는 후배들이 결혼을 앞두고 집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 대리는 “선배와 비교해 학번은 두 단계, 입사연도는 네 단계 차이가 나지만 내집 장만 시기는 훨씬 더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대에 취직한 세대는 비슷한 때 집값이 워낙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바람에, 아무리 ‘잰걸음’을 쳐도 집값을 따라잡기 어렵다. 최근 가장 높은 임금 상승률을 보인 02년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8.6%인데, 같은 시기 전국 집값은 22.8%, 서울 집값은 30.8% 올랐다. 올해는 집값 급등세가 02년보다 더 가파르다. 주택도시연구원 박신영 연구위원은 “취업에서 내집 마련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이 90년대엔 점점 줄어들다가 2000년 이후 집값 상승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사회 초년생에게 필수품이라는 ‘청약통장’의 쓰임새도 줄었다. 12월 현재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신청할 수 있는 아파트는 전국 단지 75곳 3만997가구(주상복합 포함)에 이르지만, 초년생들이 주로 신청하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는 서울 구로, 경기 화성 등 몇 군데 되지 않는다. 반면, 청약통장 가입자는 97년 224만여명에서 지난 10월 현재 712만여명으로 늘어 경쟁은 치열해졌다. 분양값도 90년대 후반 평당 500만~600만원대였던 것이 지금은 1천만원대로 뛰어, 당첨이 돼도 나머지 2억~3억원에 이르는 돈을 마련하는 일이 걱정이다.
내년 결혼을 앞둔 회사원 김아무개(32) 과장은 “이미 집을 보유한 선배들의 경우 시세차익이 7억~8억원인데 내 월급으로 그 돈을 모으려면 15~20년은 필요하다”며 “전셋방을 전전하면서 집값이 떨어지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릴 참”이라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