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주택시장 "너무 헷갈려"
안개 속 주택시장 "너무 헷갈려"
하락 징후 많지만 본격 하락 '글쎄'
급매물 속출, 집값 하락…. 회사원 김정수(38)씨는 이때다 싶어 서울 문정동의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 하지만 김씨의 기대는 금세 무너졌다.
김씨는 “급매물이 간혹 나오지만 아주 특수한 경우”라며 “곳곳에서 집값이 내렸다는데 팔려고 내놓은 집을 찾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값이 안갯속이다. 국민은행이 조사하는 아파트 매매값은 지난해 11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택 경기를 반영하는 주택거래량도 줄고 있다. 서울 중대형 평형과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집값 하락세를 단언하기는 이르다”는 징후들도 많다.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서울의 중소형 평형과 신도시의 아파트값은 거의 움직임이 없다. 작은 폭이나마 실거래가가 오른 아파트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도 “최근의 집값 하락폭은 1%에 불과하다”며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팔겠다는 사람이나, 사겠다는 사람 모두 헷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집값 하락 징후 많아져=3일 국민은행의 ‘4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수도권·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0%였다.
지난해 11월 이후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매월 소폭 상승해오다가 지난달엔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강남·서초·송파·양천 등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의 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집 거래량도 급격히 줄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주택거래신고 건수는 1월 95건에서 4월엔 58건으로 줄었다. 이는 지난해 3월 876건, 4월 477건의 11∼12%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던 과천시의 1∼4월 신고 건수는 월별로 3∼7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 80여 건이었던 것과는 큰 차이다.
전국의 실거래가 신고 건수도 지난해 10월 8만1000여 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줄었다. 2월 거래 건수는 전달보다 14%가 준 2만8974건이었다.
서종대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집값의 하향 안정세가 확연해지고 있다”며 “통상 집값이 하락기에 접어들면 이 같은 추세는 5∼6년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본격 하락은 일러”=최근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주택은 서울의 고가 아파트와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들이다.
이날 건교부가 발표한 ‘3월 실거래가’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4단지 11평형이 지난해 11월 6억4500만 원에 팔렸지만 올 3월에는 5억6000만 원에 거래됐다. 4개월 사이에 실거래가가 8500만 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은마아파트 34평형의 실거래가는 1월 13억 원에서 지난달 5일 12억7000만 원, 17일 12억2000만 원, 19일에는 급기야 10억 원으로 떨어졌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5단지 45평형은 지난해 11월에 16억8000만 원에 팔렸지만 올 3월에는 이보다 1억8000만 원이 떨어진 15억원에 거래됐다. 강남구 타워팰리스 등 고가 주상복합 아파트의 실거래가도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층이 주로 찾는 중소형 평형의 아파트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소폭 오르기도 했다.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 22평형, 일산신도시 주엽동 강선마을 동신 등 20∼30평형대의 아파트는 아직 하락세로 반전되지 않았다.
또 실거래건수가 3월에는 다시 1월 수준인 4만 건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아직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담보대출 규제 등에 따라 집값 하락 압력은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울과 신도시의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실수요자가 꾸준히 찾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집값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