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신도시 '오럴 해저드'
또 불거진 신도시 '오럴 해저드'
부처간 엇박자…국민들만 헷갈려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되살아나던 정책당국의 '오럴 해저드(말 실수)'가 또 터져 정책 신뢰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집값 안정과 주택 공급 확대를 목적으로 정부 스스로 야심차게 추진하던 이른바 '분당급 신도시'의 수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다.
신도시 2곳 발표 발언에 건교부 진땀 진화
"분당급 신도시를 두 곳으로 한다"는 한 고위 정책당국자의 발언과 "검토한 바 없다"는 실제 업무담당 부처의 의견이 충돌을 일으키면서 시장과 일반 국민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까지 "어느 쪽이 맞냐"며 어리둥절해 하는 혼란스런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21일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는 최근 사석에서 내달 대상 지역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도시와 관련, "분당급 신도시 두 곳을 발표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여러 신도시가 추진되는데다 수도권 택지공급 상황을 감안할 때 당연히 한 곳일 것으로 예상했던 일반인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분당급 신도시 2개가 확정 발표될 경우 이에 수반하는 정교한 보완대책이 없으면 지난해 검단과 같은 이상 과열을 불러와 오히려 정책실패를 야기할 지, 아니면 공급 과잉을 불러올지 자체가 불분명한 대단히 휘발력이 강한 사안이다.
이런 중차대한 국가정책의 중요 사안에 대한 언급이 고위 당국자가 개인적으로 가진 자리에서 생각없이 이뤄진 게 문제였다.
더구나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사석에서 한 것"이라는 그의 발언과 달리, 이 소식은 곧바로 언론보도로 이어졌고 실제 신도시 담당부처인 건교부는 "사실과 다르다", "확정된 바 없다"며 '2개 신도시론'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조 차관보 역시 연이은 언론보도에 뒤늦게 "(2개 여부는) 아직 유동적"이라거나 "(신도시 2개 보도가 나가면) 건교부가 부인할 것이며 신도시 발표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신도시가 복수 발표될 수도 있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초대형 정책 발표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합심해서 손발을 맞추고 정책을 다듬어야 할 정부 부처들까지 서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부처간 불신 깊어져
'분당급 신도시 2개설'을 주워담느라 주말을 망친 건교부의 고위 당국자는 그 진원지가 재경부임이 밝혀지자 "도대체 왜 무책임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재경부와 수시로 정책 협의를 벌이고 있는 또 다른 정책부처 관계자도 "이런 경우가 처음인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부총리 보고용이라는 명목으로 주무부처의 정책방침이나 계획을 전해받아 아는 게 많은 '취합부처'의 전형적 특성"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