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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동산업계 ‘나 지금 떨고 있니’

조은무지개 2007. 6. 1. 12:12
 

기획부동산업계 ‘나 지금 떨고 있니’


잇단 규제로 쪼개팔기 어려워져…대부분 폐업ㆍ전업해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거주하는 기획부동산 출신 우모(54)씨는 요즘 식당(일식집) 자리를 물색하고 다닌다.

그는 2005년 강원도 평창 일대 땅 3만여평을 쪼개 팔아 거액을 챙긴 J기획부동산업체의 사장 출신이다. 한때 분양 사무실에는 직원 수만 20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토지 분할 허가제, 부재지주 양도세 중과 등으로 땅 쪼개 팔기가 사실상 어렵게 되자 최근 전업을 결심했다.

그는 “11월 부동산개발업 육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기획부동산도 개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며 “이러면 사실상 땅을 쪼개 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보험회사 등으로 일자리 옮겨

요즘 기획부동산업계가 그야말로 ‘초토화’ 직전 단계다. 정부의 규제가 땅에 집중되면서 폐업과 전업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때 서울에만 2000∼3000여 개라던 기획부동산 업체는 현재 300여 개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근무하던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진 채 전업에 나서고 있다.

땅 판매 실적이 좋아 ‘특A급’ 사원 대우를 받던 서모(36ㆍ여)씨는 최근 다단계 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장기인 ‘연고 판매 기법’을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한때 단기간에 땅 6000여평을 팔아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다른 기획부동산 업체의 임원으로 영입되기도 했으나 실적이 좋지 않자 전업한 것이다. 그는 “예전 동료가 대부분 보험회사 영업직원, 통신회사 텔레마케터 등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까지 B기획부동산 업체의 팀장으로 있던 이모(34)씨는 최근 부동산공인중개사 자격 시험 전문학원에 등록했다. 그는 “그동안 친지에게도 직업을 숨겼다”며 “전공을 살려 떳떳하게 ‘1층 부동산(정식 부동산중개사 사무소, 기획 부동산의 상댓말 )’을 하고 싶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 한다”고 말했다.

쪼개팔기는 여전, 대신 뒷처리는 해줘

발 빠르게 부동산 임대업자로 변신해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2004년 충남 아산신도시 인근 땅을 쪼개 팔아 거액을 챙긴 김모(38)씨는 2005년 8ㆍ31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 초 그는 수원시 곡반정동 토지구획정리사업 구역내 택지를 매입해 4층짜리 다가구주택을 짓고 임대사업자로 나섰다.

최근 임대를 성공적으로 끝낸 김씨는 투자금을 불려 택지지구내 근린상가 용지를 분양받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여전히 땅을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 업체도 많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철저한 ‘애프터서비스(개별 분할등기 등)’를 통해 뒷마무리까지 깨끗하게 책임져 준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기획부동산 업체인 N업체는 요즘 인천시 영흥도 일대 임야 3000여평에 대한 공동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허가제 도입으로 땅을 쪼개기가 사실상 어렵게 되자 개별 등기를 해주는 대신 1∼2년 뒤 되팔아 수익을 올려주는 조건이다.

이 업체의 지모 이사는 “요즘에는 예전처럼 전화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팔진 않는다”며 “그 대신 확실한 땅만 골라 뒤처리까지 책임지는 등 변신을 위한 업체들의 몸부림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처벌 근거 마련돼 쪼개팔기 어려울 듯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토지 투기 방지 관련 법령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 조만간 시행되면서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더 이상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직간접적으로 기획부동산업체들의 땅 ‘쪼개팔기’를 규제하는 법령은 모두 5∼6개에 달한다. 대표적인 것이 토지분할 사전허가제(2006년 3월 시행), 부동산개발업 육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07년 11월 시행 예정) 등이다.

이 두 규제는 직접적으로 기획부동산업체의 편법적인 땅 쪼개팔기를 겨냥하고 있다. 토지컨설팅업체인 다산서비스 이종창 사장은 “법에 따르면 1년에 900평 이상을 팔려면 자본금 5억원 갖추고 개발업자로 정식 등록해야 한다”며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도 “기획부동산업체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명확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처벌이 어려웠다”며 “하지만 법 시행으로 처벌 근거가 명확해진 만큼 이를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