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임대용 주택시장,'아 옛날이여'
외국인 임대용 주택시장,'아 옛날이여'
공급 과잉에 임대료 '와르르'
외국인 임대용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다. 지역과 주택 형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임대료가 떨어지는 추세다.
외국 기업 간부 등이 선호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UN빌리지 내 고급빌라의 경우 최근 4년 동안 임대료가 35% 가량 내렸다. 공급은 늘었는데 수요는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임대용 주택시장은 연 수익률이 20%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이런 호황은 국내에서 월드컵이 치러진 2002년까지 이어졌다.
서비스드레지던스 등장, 수요 잠식
그러나 외국인 임대용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괜찮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2002년 이후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다. 외국인 임대용으로 집을 새로 짓거나 기존 집을 외국인이 쓰기 편하게끔 고치는 경우가 늘어난 때문이다.
게다가 2003년부터 외국인 장기투숙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드레지던스(호텔형 임대아파트)가 서울 강남권과 도심에 속속 들어서면서 외국인 임대 수요를 빨아들였다. 이 때문에 요즘 한남동 등 일부 지역에선 외국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빈집 상태로 남아있는 집들이 늘고 있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임대수입도 낮아지고 있다. 외국인 임대용 주택은 미국 달러로 임대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월 1000달러를 임대료로 받을 경우 실수입이 3년전 월120만원에서 요즘은 90만원대로 낮아진 셈이다.
임대료, 4년전에 비해 35% 가량 하락
용산구 한남동 나이스렌트 박상문 사장은 “UN빌리지 내 330㎡형(100평형) 빌라의 경우 월 임대료(원화 환산 기준)가 2003년 7월 ㎡당 333만~363만원(평당 1100만~1200만원) 선이었으나 이후 4년간 꾸준히 내려 지금은 ㎡당 212만~242만원(평당 700만~800만원)선까지 하락했다”고 전했다.
저가 임대 주택이 많은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미8군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의 수요가 꾸준한 데다 영어 학원 강사 등의 신규 수요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곳도 임대료는 방1개 짜리 빌라가 월 50만~60만원 수준으로 1년 전과 비슷하다. 전망도 밝지 않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2009년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 등으로 이전하면 수요 공백이 클 것으로 본다.
임대료가 약세를 나타내자 더 좋은 곳을 찾아 집을 옮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회사에서 임대료 지불용으로 받는 일정액의 돈을 갖고 예전에 비해 더 좋은 집을 고를 수 있게 돼서다.
외국인 임대정보 서비스 전문지인 하우징 엠버시의 최연식 발행인은 “외국인들은 빌라보다는 단독주택을 원하고 지역은 성북동을 가장 선호하는 데 최근 빌라에서 단독주택으로, 다른 지역에서 성북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