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확대 이후 우왕좌왕하는 주택시장
상한제 확대 이후 우왕좌왕하는 주택시장
청약 여부, 매수시점, 분양시기 두고 혼란
#전세를 살고 있는 회사원 김호성(35·서울 강서구 가양동)씨는 요즘 내집마련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청약점수가 낮아 당첨확률이 높지 않은 김씨는 집값이 좀 더 빠지기를 기다려야할지, 지금 사야할지 헷갈린다.
#D주택건설업체 박모 전무는 지방 분양 사업장을 두고 하루에도 여러 번 생각이 왔다 갔다 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올해 분양하자니 미분양이 걸리고 내년으로 분양을 미루면 상한제 적용을 받아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이 혼란스럽다. 이달부터 분양가상한제가 민간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되고 청약가점제가 도입되면서 주택 수요자나 업계 모두 헷갈린다. 상한제에 대한 기대와 실망 등으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다릴까, 집 살까=정부가 분양가가 20% 가량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기대감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 진접지구에 나온 상한제 단지들의 가격이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단지들과 비교해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상한제 시행을 기다려온 주택 수요자들이 헷갈린다. 올 들어 집값이 안정세를 보여온 것은 상한제 기대감 때문이었다. 서울 서초구 에덴공인 정영숙 사장은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관망과 매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수요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청약 점수를 높이기 위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를 살던 수요자들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청약가점제 전세수요 때문에 올해 강북권 전세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최영식(50)씨는 “청약점수가 높아 웬만한 단지에 당첨될 것 같지만 10년간의 전매제한을 감수하고 상한제단지를 분양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약시장 양극화도 뚜렷하다. 인기 지역에선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는 반면 수도권에서도 지역에 따라 대거 미분양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서울·수도권의 경우 대부분 분양이 잘됐다.
◇업체는 지방 분양 걱정=건교부에 따르면 7월 주택건설 인·허가를 받은 민간주택이 4만4421가구로 올 상반기 월평균 인·허가 건수(1만9718가구)의 2.3배다. 상한제를 피하려는 막판 물량이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인·허가를 밟아야 상한제에서 제외된다. 지방에서도 많아 부산 9678가구, 울산 4248가구, 경북 3482가구 등이다.
하지만 IMF 직후 못지않는 미분양 몸살을 앓는 지방 분양을 두고 업체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부산에 분양계획을 잡고 있는 D업체 관계자는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달까지 사업승인을 신청해 뒀지만 미분양이 수두룩한데 분양을 해야할지 갑갑하다”고 말했다.
세종건설이 지방 미분양물량 때문에 4일 부도처리된 것도 업체들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이 때문에 중견건설업체 C업체는 당초 하반기에 분양하려던 부산·대구 등 지방 4개 단지의 분양을 내년으로 미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분양은 자금난으로 이어져 회사가 흔들릴 수 있어 상한제로 이윤이 좀 떨어지더라도 분양을 미루는 게 낫다”고 전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업체들이 미분양이 적은 수도권에선 분양을 서두르지만 지방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는 7일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부산, 대구, 광주 등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확대할 예정이지만 업체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