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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부동산시장 ‘평정’하나

조은무지개 2007. 10. 4. 11:30
 

소형, 부동산시장 ‘평정’하나


매매ㆍ전세ㆍ분양에서 모두 강세


‘대고소저(大高小低)’. 대형아파트가 소형아파트보다 인기고 가격도 더 오른다는 뜻이다. 부동산 재테크 용어로 쓰이기도 한 이 말은 이제 더이상 부동산시장에서 통하지 않게 됐다.

서울ㆍ수도권에서 대형 아파트 매매ㆍ전셋값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약보합세를 면치 못하는 반면 소형 아파트 값은 시장 침체 속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분양시장에서도 중소형은 인기를 끄는 반면 대형아파트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파트시장에서 ‘대고소저’가 아닌 ‘소고대저(小高大低)’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찬밥신세에서 매매시장 맹주로 부상

올 들어 소형 아파트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매매ㆍ전세시장과 청약시장에서 중소형 아파트는 ‘귀하신 몸’이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재건축 아파트 외 일반 소형 아파트는 값은 대형 아파트에 비해 많이 오르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9월 이후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좀처럼 가격이 오르지 않던 전용 면적 85㎡(25.7평형)대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주요 동력인 된 것이다. 특히 올 들어서는 시세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서울지역에서 전용 면적 135㎡(40.8평) 이상 아파트값 상승률은 0.96%에 그쳤지만 소형(전용 60㎡ 이하)아파트는 4.34% 올랐다. 소형 아파트가 대형아파트보다 거의 5배 가량 상승률이 높았던 것이다.

5개 신도시를 제외한 경기지역도 소형은 올 들어 9개월 동안 7.61% 올랐지만 대형은 0.16% 상승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5개 신도시의 경우 올 들어 소형은 6.02% 상승했으나 대형은 0.03% 내렸다. 전용 102~135㎡의 중대형도 9개월 새 아파트값이 1.36% 떨어졌다.

강남구 도곡동 경남아너스빌 79㎡(24평형)은 올 초보다 2000만원 가량 올라 5억7000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148㎡(45평형)은 12억원 선으로 올 초보다 1억원 가량 떨어졌다. 도곡동 우성공인(02-3463-5544) 이대선 사장은 “지난해 이맘 때까지만 해도 재건축을 제외하곤 소형아파트가 중대형에 비해 찬밥신세였는데, 올 들어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꿨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길음3동 동부센트레빌 79㎡(24평형)은 2억7000만~2억8000만원으로 올 초보다 3000만원 가량 올랐다. 반면 142㎡(43평형)은 올 초 5억8000만~6억2000만원에서 지금은 5억7000만~6억1000만원 선이다. 길음동 온누리부동산(02-984-7300) 장명환 사장은 “대형아파트를 찾는 수요는 크게 줄어든 반면 소형 아파트는 수요에 비해 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라고 전했다.


전세시장에서도 ‘소형 반란’ 이어져

전세시장에서도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대단하다. 거래가 활발할 뿐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는 가격도 강세다. 은평구 수색동 샘공인(02-307-2411) 김충권 사장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여파로 내집 마련 시기를 늦춘 소형 아파트 세입자들이 살던 집에 대한 전세기간을 연장해 눌러앉는 경우가 많아 전셋집 자체가 귀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대형의 경우 전세 수요 부족으로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물건이 적지 않다. 높은 관리비가 부담된다는 의견도 많다. 자연 물건이 나가지 않아 가격도 약세다.

이에 따라 서울ㆍ수도권 아파트의 크기별 전셋값 격차가 줄고 있다. 심지어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이 ㎡당 기준으로 대형아파트를 앞지르는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용인 동백지구는 동일하이빌 105㎡(32평형)이 1억3000만~1억5000만원(㎡당 123만~142만원)인데 비해 이 아파트 142㎡(43평형)은 1억5000만~1억6000만원(㎡당 105만~112만원) 선이다. ㎡당 기준으로 105㎡형이 142㎡형보다 전셋값이 더 비싼 것이다.

용인 동백동 S공인 관계자는 “전세는 같은 가격이라면 중소형을 원하지, 중대형을 찾지는 않는다”며 “중소형인 전용 85㎡ 이하 아파트 전세는 물건이 부족한데 비해 같은 단지 중대형(전용 102㎡ 초과)아파트는 전세 물건이 남아돌면서 가격도 약세”라고 전했다.

소형 아파트값만 왜 올라?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첫째, 자금조달 때문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등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줄이 묶이자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소형이나 중소형 아파트 쪽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둘째, 보유세 강화 등 늘어난 세금 부담도 대형 아파트값 약세의 한 원인이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에다 대출 규모마저 줄면서 대형 아파트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셋째는 최근 시행된 청약가점제에서 불리한 수요자들의 소형주택 선호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가점제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신혼부부나 세대원이 적은 가족들이 소형 아파트 매수세로 돌아선 때문이라는 것이다.

넷째, 서울 강북권 등에서 중소형 전세 매물을 구하지 못한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로 돌아선 것도 중소형 아파트값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중소형 전세수요 증가→전세 매물 품귀→전세가 상승→소형 매매수요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북구 수유동 하나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구하다 포기하고 매매로 움직이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섯째, 소형아파트의 대체 수단인 원룸ㆍ오피스텔 공급이 끊긴 것도 10~20평대 아파트 값 상승을 부채질한 측면도 적지 않다.

분양시장에서도 알짜 중소형은 ‘인기 몰이’

‘중소형 인기, 대형 찬밥신세 현상’은 분양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중소형 주택은 1순위에서 대부분 마감되고 있지만 40평형대는 3순위에서도 미달되는 등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8월말 청약을 받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반도 유보라 팰리스는 108㎡(32평형)와 109㎡(33평형)의 경우 1순위에서 비교적 최고 36.75대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반면 156~251㎡(47~76평형)의 중대형은 2순위까지 접수에도 모두 미달됐고 220㎡(66평형) 이상은 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대출금 외에 중도금을 입주 후까지 모두 연기해 줘 금액 부담이 없었음에도 수요자들이 철저히 외면한 것.

서울 중구 황학동 황학 아크로타워도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중소형은 1순위에서 최고 32.8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중대형은 3순위에서야 겨우 모집가구수를 채웠다.

지난 6월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서 분양한 수색자이의 경우 서울 시내에서는 비인기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중소형 평형은 대부분 1순위에서 청약을 마치는 등 선방한 반면 70~80평형대 대형 아파트 는 모두 1순위에서 미달사태를 빚으며 대조를 보였다.

대형아파트 분양시장서 외면 받는 이유 있나

건설업계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중대형 평형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사장은 “세금 때문에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부담스러운 데다 은행 대출을 조이면서 큰 면적일수록 분양대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9월 중순 이전에 분양한 단지의 경우 청약가점제 시행을 앞두고 전용면적 85㎡(25.7평) 이하에 신청할 수 있는 청약통장 가입자 가운데 점수가 낮은 사람들이 청약을 서두렀다는 점도 평형 간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보인다.

중소형 아파트에 신청하는 수요자들은 무주택자가 많기 때문에 이미 집을 한 채 갖고 있거나 무주택 기간이 짧은 청약 예ㆍ부금 가입자들이 서둘러 청약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를 불투명한 집값 전망과 연결짓기도 한다. 시세차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투자보다는 실수요 위주로 주택을 결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2005년 말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된 후 ‘실질 거주면적’이 커진 데 따른 ‘눈높이 낮추기’ 현상도 있다고 지적한다. 분양대행업체인 우영D&C 조우형 사장은 “발코니 확장이 가능해 굳이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더라도 비슷한 크기의 생활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세금 부담이 훨씬 덜하다는 점도 수요자들이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형 인기 당분간 이어질 듯

이처럼 서울ㆍ수도권지역에서 중소형 아파트값이 중대형아파트 상승 폭을 앞지르는 역전현상은 지속될까?

결론부터 말해 “그렇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우선 소형 평형 아파트 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소형 평형 공급물량 감소가 소형 평형 매매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건설업체의 소형 아파트 공급분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희소가치 측면에서 중대형보다 이점이 있다”며 “소형아파트의 공급물량 감소는 결국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세시장 불안도 소형 평형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전셋값 상승세는 올 연말은 물론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유망 분양단지 청약을 노리는 전세 수요자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특히 전세 비중이 높은 소형 아파트는 매매수요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시장 참여자들의 소득 수준 향상과 고품격 및 넓은 아파트 선호 현상으로 중대형 아파트가 곧 인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