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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파트 '예고된 흥행실패'

조은무지개 2007. 10. 16. 11:02
 

반값 아파트 '예고된 흥행실패'


가격등서 별다른 이점 없어…'무늬만 반값' 지적 많아


처음으로 실시한 환매조건부주택과 토지 임대부주택이 예상대로 청약대기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부동산시장 불안으로 인해 작년 말부터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반값아파트'라는 용어로 과대포장했고 정부가 주택법을 개정해 시범실시한 결과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0.1대 1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다.

이번에 시범실시된 군포 부곡지구가 인기를 끌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의 기본 분양 구조가 청약대기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데다 일반아파트에 비해 가격 측면에서 유리한 점도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예고된 흥행실패

대한주택공사가 15일 군포 부곡지구에서 환매조건부주택과 토지임대부주택의 청약을 받은 결과 일반 1순위에서 10%가량만 신청됐다.

1순위는 청약저축 24개월이상 납입 무주택 세대주로 환매조건부 주택은 일반공급분의 14%(321가구중 45명), 토지임대부 주택은 7%(299가구중 21명)만 신청됐다.

특별공급분 신청 결과는 더 참담하다. 노부모우선공급분 청약이 환매조건부 0.2%(41가구중 1명), 토지임대부 0.5%(39가구중 2명)에 그쳤고 3자녀 특별공급(3자녀우선순위배점 80점이상)에서는 토지임대부의 경우 아예 신청자가 없었다.

청약 첫날 신청자들도 실제 계약을 할 지는 미지수여서 정부의 첫 작품이 '빈 집' 투성이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주택공사는 일반공급분의 경우 16일 청약저축 6회이상 납입 무주택세대주인 2순위자를 대상으로, 17일에는 청약저축 납입기간에 상관없이 무주택세대주를 대상으로 3순위 청약을 받지만 청약자들이 몰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건교부도 시큰둥

환매조건부 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의 흥행 실패는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물론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관계자들도 예견했다.

군포 부곡지구가 지리적 여건, 생활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청약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주택을 '주거'보다는 '소유'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고 주택을 마련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일반아파트에 비해 크게 장점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가장 큰 문제점은 새로운 분양방식이 청약 대기자들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분양 후 20년 이내에 팔수가 없으며 20년 뒤에 팔 경우에도 주택공사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재산권 행사가 크게 제약된다. 분양가도 일반아파트의 90%선에서 정해져 분양가도 별로 유리하지 않다.

또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 소유권은 사업주체인 주공이 갖고 건물만 입주자가 소유하는 방식으로 매월 내야 하는 40만원대의 토지사용료도 예상수요계층에게는 만만치 않다.

주무부처인 건교부의 고위 관계자도 청약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인기가 없을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며 청약 결과가 저조할 것임을 예상했다.

전문가들 "무늬만 반값이 실패 자초"

전문가들은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이 '반값 아파트'라는 정치 논리에 휘말린 결과 가격이나 재산권 행사 등 어느쪽도 수요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건물은 시간이 갈수록 감가상각이 돼 재산가치가 떨어지는데 토지소유권 없이 임대료만 내는 방식은 재산가치를 중시하는 우리 정서와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집값이 내린다는 확실한 '시그널'이 없는 상황에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있는 반쪽짜리 주택을 구입할 사람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처음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분양가와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크게 싸지 않는 '무늬만 반값'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매달 꼬박꼬박 임대료를 내거나 20년씩 매매가 힘든 주택을 현재 주변 시세와 별 차이 없는 가격에 분양받으라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수"라며 "정말로 시세의 반값에 공급되지 않는 한 수요창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양주시 고읍지구 등 수도권 택지지구 청약률이 바닥을 기는 등 시장 분위기가 나쁜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수도권 청약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이라고 청약이 잘 되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토지임대부 등의 공급물량을 늘리기 전에 과연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