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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사기’ 알아야 안 당한다

조은무지개 2010. 8. 25. 12:04

 

부동산 사기’ 알아야 안 당한다

 

발품 팔아 확인해야 ‘유혹’ 벗어

 

이코노믹리뷰 | 이상혁 | 입력 2010.08.25 11:27

 

침체기에도 기획부동산 활개… '시차등기' 등 수법 다양, 지역·품목 안 가려

 

"XXX지역에 좋은 땅이 있는데 투자해 보시겠어요?…"로 시작하는 낯선 아주머니의 낯익은 멘트. 기획부동산이라 불리는 부동산 매매 법인의 전형적인 영업 행태다. 언제부턴가 전화뿐 아니라 신문에까지 해당 광고가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약았는데 그런 속임수에 넘어갈까?'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동안 뜸한 듯했던 기획부동산들이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 않고 영업을 전개하면서 최근에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잘만 포장하면 쓰레기도 황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비뚤어진 오만과 노력 없이 쉽게 돈을 벌려는 한탕주의가 만나 빚어내는 웃지 못 할 촌극이 아닐 수 없다.

 

3.3㎡당 1만원 맹지가 60만원으로 둔갑

 

기획부동산 업체들의 사기 유형은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지만 영업 형태는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뿌리는 기획부동산의 '원조'격으로 회자되는 삼흥그룹에 있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중반 왕성한 활동을 벌이다 2007년 창업주인 김현재 회장의 징역·벌금형이 확정되면서 해산된 바 있다.

 

과거 이곳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법인을 설립해 당시 사용한 방법으로 전국 각지에서 영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개발될 수 없는 임야를 개발될 것이라고 속이거나, 개별 분할 등기를 할 수 없는 임야를 팔면서 전원주택 및 펜션 등 건축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기망하는 행위는 기획부동산의 대표적인 수법이다.

 

중소기업 임원 최모(58)씨는 지난 5월 한 법인으로부터 강원도 춘천시 소재 임야 700㎡(200평)가량을 3.3㎡(평)당 60만 원에 매입했다. 알고 보니 해당 토지는 보존녹지지역에 속한 데다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없어 건축이 불가능한 토지)여서 건축 행위가 불가능한 땅이었다.

 

업체가 도로 개통 예정지라고 홍보한 구간을 지자체에 문의해보니 금시초문이라고 한다. 기획부동산이 3.3㎡당 1만 원도 안 되는 헐값에 임야를 산 후 수십 배의 가격 부풀리기를 한 것이다.

 

'속았구나!'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되팔려고 해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심지어는 기획부동산의 직원조차 피해를 입는 사례도 보고된다. 40대 주부 윤모씨는 6개월 간 기획부동산의 모집책으로 근무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2억 원 상당의 매매계약을 성사시킨 윤씨는 약 2000만 원의 수익을 거둘 터였다. 그러나 회사 측은 임금 지급을 미루면서 토지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했다.

 

확인해보니 윤씨가 임금과 맞바꾼 토지는 당초 회사가 제시한 것이 아닌 전혀 엉뚱한 토지였다. 기획부동산이 작업 대상으로 삼는 지역은 시간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개발계획 여부와는 관계없이 값싼 임야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이들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수도권 이천·여주·가평 등 '주의보'

 

L & H종합법률사무소 관계자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기획부동산의 천국은 강원도 원주와 춘천이었지만 최근 가장 많은 피해가 보고되는 지역은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여주, 가평 순"이라고 귀띔했다.

 

경기도 양평 역시 기획부동산이 활개치는 곳으로 유명하다. 양평지역 토착민들이 기획부동산에 근무하면서 배운 기술로 동네 사람들을 설득해 토지를 저가에 매입해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움직임이 다소 둔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충남 당진군 송학면 또한 제철소 등 테크노단지 호재를 등에 업고 기획부동산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곳은 주로 소형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치는 곳으로 미등기 전매 행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밖에 충북 충주와 춘천시 동면 만천리 등도 기획부동산의 손길이 활발한 곳으로, 이들 지역의 토지나 임야를 매수할 때는 보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획부동산은 양도세 포탈을 목적으로 증거를 남기지 않으면서 부동산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미등기 전매 행위'를 조장하기도 한다. 이 경우 부동산중개업법상 공인중개사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가 태반이다.

 

개별 또는 지분이전등기를 경료해주기 전에 토지주의 이름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채권최고액만큼 이익을 본 다음 근저당권을 말소해주지도 않고 소유권을 이전해주는 '시차등기'를 업으로 하는 곳도 있다.

 

그들이 손을 뻗는 품목은 비단 토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재개발 사업지 내 다가구 주택의 지분을 중개하면서 조합으로부터 분양권을 받아 주겠다고 하고서는 발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상가 건물을 고시텔이나 오피스룸, 원룸텔 등으로 개조한 후 분양하는 신종 수법도 활발하다. 대부분 '개별등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분양을 유인하고 있는데, 실제 등기법 상에는 개별등기란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다수 분양자들은 이를 '구분등기'로 오인해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지분등기'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땅을 치고 후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경기도 용인과 부천 일대, 서울 양평동·구로동·둔촌동 등이 요주의 지역으로 꼽힌다.

 

이것만은 명심하자… 사기 예방 '5계명'

 

1. 지번부터 확인하라.

 

보통 기획부동산은 토지 지번을 알려주기 전에 신청금 내지 가계약금조로 1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그 돈을 지불하기 전에 꼭 토지의 지번을 알아내도록 한다. 좋은 위치라면 알려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2. 꼼꼼히 따져봐라.

 

인근 중개업소에 들러 매입을 고려 중인 토지의 실거래가를 알아보는 것은 필수다. 또한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통해 현재 지목과 공시지가, 토지에 행할 수 있는 건축행위 등을 파악해야 한다.

 

3. 자료를 보관하라.

 

기획부동산 측에서 제시하는 자료들은 버리지 말고 보관해두는 것이 좋다. 소송으로 가게 되면 유리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분할예정도를 믿지 말라.

 

기획부동산은 분할예정도를 보여주면서 거기 나온 대로 개별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준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관할 관청에 분할 가능한 토지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5. 매수 목적을 기록하라.

 

보통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사는 경우 사기를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을 매수할 때 주택 건축을 위해 매수하는 것이라고 계약서 등에 기록을 남기는 게 좋다.

 

도움말:L & H종합법률사무소

이상혁 기자 pres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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