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이 10억? 목동시장 '과열'

전세값이 10억? 목동시장 '과열'

 

↑서울 양천구 목동 하이페리온 주상복합과 인근 목운초·중

 

"저도 수년간 목동에서 거래를 했지만 이곳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10억원이나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저도 사실 이해가 안가요. 한마디로 이상 과열이죠." (서울 양천구 목동 R공인 관계자)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 오목교역 인근. 각 상가마다 빼곡히 들어선 50여개 공인중개업소에는 바깥의 쌀쌀한 겨울 날씨에도 여념 없다는 듯 고객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가을 이사철 성수기가 지났지만 겨울 방학이 다가올수록 이곳에는 내년 1학기 전학을 위해 집을 구하려는 학부모들의 방문이 급격히 늘고 있었다. 다만 매매 상담은 거의 드물었고 전세 관련 상담이 대다수였다.

 

특히 기존에는 초등·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 위주로 중소형 전세 물건을 찾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물건이 귀해지자 고가의 중대형 주상복합으로까지 전세 수요층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현지 업계 전언이다.

 

M공인의 홍모 대표는 "정부에선 전셋값 상승 정도가 예년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과 달리 최소한 이곳은 '이상 과열'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공급이 거의 없었던 데다가 목동 최고 인기의 목운중이 내년 개교 3년을 맞아 마지막 1학년 신입생을 뽑는 특수상황도 일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 물건이 나오기가 무섭게 거래가 이뤄진다고 중개업자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내년 1월 입주 2년째를 맞는 트라팰리스 주상복합은 '역전세난'을 겪던 2년 전 전용 117㎡의 경우 5억8000만~6억원선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9억~9억5000만원선에 거래되는 상황이다.

 

R공인의 관계자는 "9억원 대에 거래되는 물건이 나오자 집주인들이 요즘 10억원까지 호가를 높이고 있다"며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 깜짝 놀라며 '그 돈이면 차라리 강남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발걸음을 되돌리는 사례도 숫하게 봤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집을 사도 시세차익은 커녕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전문직 고소득층들까지 전세를 선호하고 있다"며 "요즘엔 기세등등해진 집주인들이 1주 새에도 1억원씩 전셋값을 올리기도 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세입자들은 보증금의 20~30%를 올려 재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에도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은 강서구나 광명시 등으로 밀려나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는 경우도 나오고 있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지만 아직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S공인 서모 부장은 "올 초부터 거래가 거의 없던 목동의 신시가지 단지들이나 벽산·성원 등 나홀로 아파트들의 급매물들이 최근 대부분 소진되고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 다른 곳에서 집이 팔려 이사해 온 실수요자들일뿐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R공인 관계자도 "전셋값이 계속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도 고소득자들은 매매로 눈을 안돌리는 상황"이라며 "급매물이 팔리면서 다른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려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착시현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