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빼서 주식투자?

 

방빼서 주식투자?

주식투자하려고 월세 전환 세입자 늘어

주식투자 광풍이 아파트 전·월세 시장에까지 몰아치고 있다.

전셋값으로 주식투자를 하겠다며 월세로 옮기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월세 대신 전세보증금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집주인은 전세, 세입자는 월세 선호…올 봄과 상황 역전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나타난 새 풍속도다. 저금리 기조 속에 올 봄만 해도 집주인은 월세를, 세입자는 전세를 각각 선호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수지정부동산(02-576-6002) 정수지 사장은 “주식투자로 돈을 벌어 아예 집을 사겠다는 세입자가 요즘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전셋값을 밑천 삼아 주식투자에 나서는 세입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서초구 잠원동 스마일공인(02-532-4488) 정영구 사장은 “월세 수입이 전셋값을 은행에 맡겨 받는 이자보다는 낫지만 전셋값을 주식에 투자했을 경우의 수익률에는 크게 못 미친다고 판단한 집주인들이 요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잠원동 일대에 요즘 전세매물은 늘었지만 월셋집은 크게 귀해졌다고 한다.

서초구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이런 말도 했다. “얼마 전에는 한 손님이 찾아와 나가지도 않는 월세 때문에 몇 달 동안 집을 비워놔 손해가 막심하다며 따지시는 거에요. 월세 대신 전세를 놨으면 그동안 주식투자로 수천만원을 벌었을 것이라며 전세 대신 월세를 놓으라고 권한 중개업소를 원망하시는 거죠.”

거품경고…전셋값 날릴 수도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식시장 격언 중에 증권사 객장에 갓난 아기를 업은 주부가 나타나고 지방 점포에 소 판돈으로 주식투자 하려는 농부가 들락거리면 ‘상투’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이 그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모증권 압구정 지점 김모차장(40)은 “전셋값을 빼 주식투자금액을 늘리겠다는 친구를 말리느라 최근 혼이 났다”며 “6년전에 전셋값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전셋값까지 몽땅 날린 개인적인 기억이 떠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동 두리공인(02-401-7500) 박수현 사장은 “2001년 코스닥시장에 ‘묻지마 투자’광풍이 불 때도 주식투자하겠다며 집을 팔거나 전셋집을 뺀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고객 대부분이 얼마 못 가 주식투자 원금을 모두 날렸고, 일부는 큰 가정 불화를 겪기도 했다”고 전했다.

SK증권 김준기 투자전략팀장은 “주변에 주식투자로 망했다는 사람은 많이 봐도 돈 벌었다는 사람은 보기 힘들 것”이라며 “망했다고 하는 사람은 대부분 무리하게 돈을 끌어다 주식투자를 한 경우”라고 들려줬다.

그는 “주식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하는 게 원칙이며, 상반기에 가파르게 올랐던 주식시장이 연말까지는 조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므로 이런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